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아내와 정해놓은 육아 원칙을 제가 먼저 어기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혼내는데 아빠가 바로 이어서 또 혼내면 안 된다고 약속했으면서, 화가 나면 그 약속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결과 첫째 아이가 기도를 했습니다. "엄마 아빠 없어지게 해달라고." 그 말이 얼마나 오래 머리에 남았는지 모릅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데이터와 근거를 갖고 다시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ADHD 오해 — 우리나라는 지금 'ADHD 포비아' 중입니다코로나 이후 ADHD에 대한 인식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문제는 그 인식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김붕년 교수님 표현을 빌리면, 지금 우리나라는 'ADHD 포비아(ADHD Phobia)',..
독서를 많이 하면 문해력이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어릴 때 만화책조차 안 읽을 만큼 책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한 사고력 전문가의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독서량이 아닌 다른 곳에 답이 있었습니다. 말이 많은 아이가 문해력이 높은 진짜 이유저는 오랫동안 문해력을 '독서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럽게 글을 이해하는 힘이 생기는 거 아닌가 하고요. 그런데 20년간 사고력 교육을 연구해 온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문해력(文解力)이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닙니다. 타자(他者)와의 대화 능력, 즉 상대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반응하는 능력 전체를 포함합니다...
강남 4년제 대학 진학률이 전국에서 가장 낮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재수·삼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수억 원을 들여 대치동 커리큘럼을 밟은 아이들이 정작 고등학교 공통수학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역설, 이게 그냥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수학을 워낙 못해서 고1 공통수학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문과를 선택했고 수능 때 수학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그 선택이 지금도 가끔 아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이 로드맵을 미리 파악해 두고 싶었습니다. 대치동의 역설 — 공통수학을 못 푸는 이유대치동 아이들이 KMO(한국수학올림피아드)나 성대경시 문제는 풀면서 고등학교 공통수학을 틀린다는 게 처음엔 이해..
솔직히 저도 결혼 전까지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몰랐습니다. 신혼집 마련하면서 은행 대출 서류를 처음 들여다보는데, 그게 제가 경제를 처음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너무 늦었죠. 그래서 아이만큼은 다르게 키우고 싶었고, 첫째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통장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것 — 눈높이아이 경제 교육을 검색하면 단골로 나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린이 증권 계좌를 만들어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브랜드 주식을 사 주는 것, 금전출납부를 쓰게 하는 것. 저도 한때 이게 맞는 방향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결국 잔소리가 되더라고요. 아이는 숫자가 오르고 내리는 게 와닿지 않고, 부모만 혼자 신이 나서 "15달러 벌었어, 어때?"를 외치는 그림이 됩니다.주식..
아이의 단점을 없애야 좋은 부모일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방송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그분의 딸은 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결핍'이 오히려 아이를 반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도 큰아이의 낯가림을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조급함이 한 꺼풀 벗겨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말 못 하는 아이가 반장이 된 사연선택적 함구증(selective mutism)이란, 집에서는 정상적으로 말하지만 특정 사회적 상황, 특히 학교나 공공장소에서는 말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못하는 불안 장애입니다. 단순한 수줍음과는 다르고, 아이가 '말하기 싫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려 해도 말이..
솔직히 저는 그동안 집중력과 주의력을 같은 말로 써왔습니다. 아이가 레고를 세 시간씩 붙잡고 있으면 "집중력이 좋다"고 했고, 숙제 앞에서 딴짓을 하면 "집중력이 없다"고 했죠.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능력이라는 걸, 미국 영재 초등학교에서 13년째 아이들을 가르쳐온 김소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 구분을 알고 나니, 제가 아이에게 요구해왔던 것들이 얼마나 뒤엉켜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중력과 주의력은 다르다 — 그리고 혈당이 그 열쇠다집중력(Focus)과 주의력(Attention)은 비슷해 보이지만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집중력은 좋아하는 일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는 그 상태입니다. 반면 주의력은 하..
선행학습을 안 시키면 뒤처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주변을 보면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이 다 공부를 잘하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학년 것도 제대로 못 하면서 위 단계로 올라가다 보니 아는 척만 늘고 실력은 제자리인 경우를 꽤 봤습니다. 이 글에서는 선행학습이 왜 기대만큼 효과가 없는지, 그리고 지적 호기심과 공부법 측면에서 어떻게 접근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과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선행학습, 정말 빠를수록 유리할까요선행학습이란 현재 학년 과정보다 앞선 내용을 미리 배우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초등학생이 중학교 수학을 미리 공부하거나,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훑는 것이죠.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이 이 선행학습 열차에 ..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저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설명도 없이 "하지 마"가 먼저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빠른 통제가 아이를 안전하게 지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서 무언가 꺼지는 게 보였습니다. 공감이 먼저냐, 수용이 먼저냐보다 중요한 건 통제 대신 대화를 선택하는 용기였습니다. 통제가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대화가 사라진다첫째가 16개월 된 동생에게 손을 뻗을 때마다 저는 즉각적으로 개입했습니다. 위험해 보였으니까요. 근데 어제 첫째가 동생 곁에서 꾹 참는 모습을 보다가,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제가 설명 없이 막기만 했으니, 아이 입장에서는 이유도 모른 채 자꾸 제지당한 셈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일반적으로 문제 행동은 즉시 차단해야 학습..
저는 고1 때 수학을 포기했습니다. 정확히는 포기당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풀었지만 뭘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결국 인문계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수학 교육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수학이 싫었는지, 그 이유가 이제야 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공식 암기가 오히려 수학을 망친다 — 보상 해킹의 함정100m 길이의 도로에 10m 간격으로 나무를 심으면 몇 그루일까요? 저는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히 10개라고 답했습니다. 100 나누기 10이니까요. 그런데 정답은 11개입니다. 출발점에도 나무가 한 그루 있으니까요. 공식에 기댄 순간 맨 처음 나무를 통째로 빠뜨린 겁니다. 제 수학 시절 전체가 이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살 첫째가 졸릴 때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짜증을 쏟아내면, 저도 모르게 "그러면 안 돼"부터 튀어나오거든요. 근데 아이 감정을 언어로 쪼개서 말해준다는 발상, 처음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써봤더니 생각보다 효과가 꽤 있었습니다. 감정 언어화부터 칸반보드 학습법, 거절 훈련까지 — 제가 적용해본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감정언어화: 말대꾸조차 언어로 풀어주는 인내우리 첫째는 특히 졸릴 때 감정 조절이 아예 안 됩니다. 그 상태에서 엄마한테 짜증을 통째로 던지고, 엄마도 받아치고, 결국 둘 다 지쳐서 끝나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5살이니까 애착 대상인 엄마와 자기를 동일시하는 시기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막상 닥치면 속수무책이었습니다.그러다 실리콘밸리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