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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우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관계가 멀어진다는 말, 처음 들으면 납득이 잘 안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육아 책도 읽고 영상도 찾아보면서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가 울고 떼쓰는 순간이 오면 배운 것들이 죄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부모교육 전문가 임영주 작가의 이야기를 접하고서야, 제가 습관처럼 내뱉던 말들이 얼마나 관계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관계를 해치는 말, 사실 다 무심코 한 말들이었습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저는 어떤 말을 먼저 했을까요. "괜찮아?" 가 아니라 "조심하라고 했잖아" 였습니다. 솔직히 인정하기 부끄럽지만, 그게 제 디폴트 반응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이성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다가도, 아이가 예상 밖의 행동을 하는 순간 무의식 어딘가에 저장된 말들이 먼저 튀어나오는 거죠.
부모-자녀 관계에서 '언어적 상처 누적(verbal damage accumul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언어적 상처 누적이란 한 번에 큰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니라, 별것 아닌 것 같은 말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신뢰와 안정감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너 안 데리고 다닐 거야" 같은 말이 대표적입니다. 정작 다음에도 데리고 나가면서 그런 말을 반복하면, 아이는 부모의 말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아내와 아이 훈육 방식을 두고 다툰 적도 꽤 있었습니다. 서로 잘 키우려는 마음은 같은데 방식이 달라서 생기는 갈등이었는데, 돌아보면 둘 다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된 말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임영주 작가는 이 현상을 "평소에는 배운 대로 잘 나오다가, 상황이 틀어지는 순간 디폴트 값이 나온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정확히 제 이야기였습니다.
- 약속하고 지키지 않기 — "집에 가서 봐" 하고 잊어버리는 패턴
- 실현 불가능한 협박 — "다시는 안 데려간다", "밥 안 줄 거야" 식의 말
- 무의미한 확인 질문 — "그래, 안 그래?" 같은 동의를 강요하는 물음표 반복
- 겁주는 말 — "엄마 이제 안 할 거야" 처럼 아이의 존재 기반을 흔드는 표현
단호한 사랑, 칭찬만이 답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이한테 되도록 긍정적인 말을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임영주 작가의 말을 듣고서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칭찬과 격려만으로 채워진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막상 세상에 나갔을 때 "안 돼"라는 말을 처음 맞닥뜨리는 순간 크게 흔들린다는 겁니다.
'단호한 사랑(firm lov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단호한 사랑이란 아이를 거부하거나 차갑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주는 사랑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아이에게는 시기마다 반드시 해내야 할 발달 과업(developmental task)이 있습니다. 발달 과업이란 특정 연령대에 익혀야 할 기술과 행동 양식으로, 이 과업을 제때 배우지 못하면 이후 사회 적응에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저희 아이가 둘인데, 아직 많이 어리다 보니 서로 밀고 때리고 투닥거리는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매번 고민이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말로만 제지하는 건 거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안전과 직결된 행동,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여야 했습니다. 아이를 실제로 내려놓거나 자리를 이동시키면서, 표정과 목소리 톤을 같이 맞추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를 포함한 아동 발달 연구들도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온기와 단호함이 함께할 때, 즉 권위 있는 양육(authoritative parenting) 방식이 아이의 정서 안정과 자기조절 능력 발달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권위 있는 양육이란 통제와 애정을 균형 있게 결합한 양육 방식으로, 무조건적인 허용이나 무조건적인 통제 어느 쪽과도 다릅니다.
멘탈이 강한 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임영주 작가가 자녀 교육에서 딱 하나만 꼽으라면 '멘탈'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엔 '멘탈이 강하다'는 게 그냥 강인하고 뚝심 있는 성격 정도를 뜻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멘탈은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유연성(flexibility)'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조절력(self-regulation)'입니다. 유연성이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다시 도전하는 힘을 말합니다. 자기조절력이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해야 할 것을 해내는 능력입니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졌을 때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리에서 결국 해낼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의 자기조절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숙제를 미루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힘들었겠다, 알아"라고 공감해주되, 그 다음 단계에서 끌려가지 않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공감은 짧게, 그리고 해야 할 일은 기정사실로 만들고 선택권은 방법에만 주는 방식이 훨씬 실제로 잘 작동했습니다. "엄마가 옆에 있어줄까, 아니면 혼자 할래?" 이런 식으로요.
출처: 미국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의 연구에서도 부모의 일관성 있는 반응과 명확한 경계 설정이 아이의 자기조절력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그러니까 단호한 말과 행동이 아이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자기 힘으로 설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는 겁니다.
부모가 먼저 괜찮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찔렸던 부분은 사회성과 예의에 관한 대목이었습니다. 아이가 부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응, 왜?" 하는 태도를 보였는데, 그게 알고 보니 부모한테서 온 습관이라는 거죠. 저도 아이가 부를 때 "거기서 말하지 말고 엄마한테 와서 해"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틀린 말은 아닌데, 방식이 차가웠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임영주 작가가 강조한 '순서'라는 개념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지적하기 전에, 먼저 아이의 요구에 응하고 나서 이후에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다음에 엄마한테 할 말 있으면 와서 얘기해줘"라는 말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먼저 들어준 뒤에 하는 것과 그냥 바로 지적하는 것은 아이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훈육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제 자신이 사람으로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거잖아요. "잘 키우는 부모는 괜찮은 인간이다"라는 말이 처음엔 뜬구름 같았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니까 바로 와닿았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부모의 태도를 배운다는 것,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 이제 안 한다"거나 겁을 주는 말을 들은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기억 자체가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런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불안감을 심어주는지 실감하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리고 아이의 눈을 마주하면서야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을 가지지 않도록,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협박성 말을 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제가 직접 써봤는데, 협박성 말이 나오는 순간은 대부분 이미 감정이 많이 올라온 상태입니다. 그때는 말을 줄이고 행동으로 먼저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말을 길게 하면 할수록 오히려 감정이 더 격해지는 경우가 많았고, 짧고 단호하게 한 마디 한 뒤 잠시 침묵하는 방식이 저한테는 더 잘 맞았습니다.
Q. 단호한 훈육과 감정적인 훈육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A. 단호한 훈육은 표정과 목소리 톤이 일치하면서도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집니다. 감정적인 훈육은 부모의 불쾌감을 아이에게 표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아이는 부모가 화가 났는지 아닌지를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게 감지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말은 내용보다 분위기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Q. 형제끼리 자주 싸울 때 어떻게 개입해야 하나요?
A. 저희 아이 둘이 투닥거릴 때 제가 경험한 것은, 말로만 중재하려 하면 두 아이 모두 제 말을 무시하고 계속 싸운다는 겁니다. 위험한 행동이 보이면 즉각 몸으로 개입해 분리하고, 각각 따로 눈을 맞추며 짧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상황을 진정시켰습니다. 둘 다 자기 입장이 있으니, 한 명만 야단치면 억울함이 쌓이는 것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Q. 아이가 숙제를 계속 미룰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A. 공감을 짧게 하되, 해야 할 일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놀고 싶은 마음은 알아, 숙제 꺼내자"처럼 공감과 행동 유도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선택권은 방법에만 주는 겁니다. 제 경험상 길게 협상에 응하다 보면 결국 부모가 끌려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결론
임영주 작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하고, 목표는 '조금 덜 후회하는 육아'라는 것. 그게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오히려 더 오래 실천할 수 있는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계를 해치는 말을 줄이고, 안전과 타인에 대한 해는 즉각적으로 단호하게 개입하고, 공감은 짧게 하되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게끔 이끄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전제는 부모 자신이 먼저 괜찮은 인간으로 행동하는 것. 저는 이 순서를 머릿속에 새기고 매일 조금씩 연습해보려 합니다. 임영주 작가의 책 『멘탈이 강한 아이는 결국 해냅니다』도 직접 읽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