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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고, 꿈이 없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의 고민은 거의 하나로 수렴됩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하게 할 수 있을까?" 저도 오랫동안 그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행동력 전문가 오현호 대표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제가 아이 교육을 바라보던 시각 자체가 너무 좁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입시가 곧 공부라는 등식을 저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거든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입시 중심 교육에 갇혀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저와 아내는 아이 교육에 꽤 열심인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원 선택도 신중하게 했고, 독서 환경도 만들어줬고, 좋은 옷에 좋은 신발도 챙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보니, 그 모든 노력의 방향이 결국 "좋은 대학"이라는 한 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가 진짜 원하는 건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큰 목표와 달리, 일상에서의 판단 기준은 언제나 성적이었습니다. 이걸 입시 중심 사고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입시 중심 사고방식이란, 아이의 성장과 학습을 대학 입시라는 단일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인식 틀을 말합니다. 이 틀에 갇히면 아이가 어떤 경험을 하든, 어떤 시도를 하든 "그게 입시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 하나로 모든 것을 거르게 됩니다.
대한민국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힙니다. 출처: OECD Education에 따르면, 한국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그만큼 부모들의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에너지가 특정 방향으로만 쏠리면 오히려 아이의 가능성을 좁힐 수 있다는 게 제가 이번에 제대로 직면한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입시 준비를 잘한다고 해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수만 명에게 강연을 해온 오현호 대표가 강연 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제 아이가 꿈이 없어요, 공부를 안 해요"라는 것인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기업 임원이나 회장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성공의 기준을 아는 어른들조차 아이 교육 앞에서는 같은 고민을 한다는 거죠.
행동력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시도의 횟수에서 나온다
오현호 대표의 이야기 중에서 제가 가장 강하게 와닿은 부분은 행동력에 관한 개념이었습니다. 행동력이란 단순히 "부지런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여기서 행동력(Action Power)이란,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도의 횟수 자체를 압도적으로 늘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뛰어들어 경험을 쌓으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힘입니다.
제가 직접 생각해보니, 저도 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실패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고,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오현호 대표는 이걸 효율을 따지는 완벽주의자의 함정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제 얘기 같았습니다.
그가 강조한 건 간단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도를 하면, 성공과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결과물의 수가 자연스럽게 쌓인다는 것입니다. 아이 교육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아이가 반드시 1등을 해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닙니다. 13세에 10km 마라톤을 완주한 아이는, 그 또래 중 5%에 해당하는 경험을 몸에 새긴 겁니다. 그 경험이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만들고, 자기효능감은 다음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이 됩니다. 자기효능감이란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자, 도전 앞에서 행동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심리적 기반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들으면서 아이에게 "잘해야 해"가 아니라 "일단 해봐"라는 말을 얼마나 했는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행동의 결과보다 행동 그 자체가 먼저라는 말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 몰랐거든요.
행동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오현호 대표가 제시한 핵심 세 가지는 이렇습니다.
- 관찰: 행동력이 높은 롤모델 3명을 찾아 그들의 행동 패턴과 문제 해결 방식을 구체적으로 따라 한다
- 참여: 좋아하는 게 없어도 일단 다양한 프로그램과 대회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 신체 활용: 몸을 움직이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며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기고, 이것이 다음 행동의 동력이 된다
결핍 육아, 불편함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번에 제 양육 방식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 부분이 바로 이 결핍 육아입니다. 저와 아내는 그동안 아이가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핍 육아란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부족함과 불편함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통 역치(Pain Threshold)를 높이는 양육 방식입니다. 고통 역치란 불편하거나 힘든 상황을 견뎌내는 내성을 뜻하는데, 이 역치가 높은 아이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현호 대표는 세 살짜리 아이를 스노클링에 데려갔고, 그 아이는 결국 고래상어를 직접 만지고 돌아왔습니다. 주변 어른들이 "위험하다", "그 나이에 되겠냐"고 했지만, 그 아이의 기준은 이미 달라져 있었습니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면 위험하다는 기준이 아이들의 일반적인 기준이라면, 그 아이의 기준은 대양 한가운데서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아이들의 야외 탐험 경험과 신체적 도전이 정서적 회복탄력성(Resilience)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합니다. 회복탄력성이란 어려움을 겪은 후 원래 상태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더 강해지는 심리적 힘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반성한 건 아이 옷이 더러워지는 것에 화를 낸 적이 있다는 겁니다. 흙탕물에 뒹굴고 돌아온 아이한테 "그 옷이 얼마짜리인데"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아이에게 "너는 그냥 얌전히 있어야 해"라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야 제대로 느꼈습니다. 경험의 흔적은 세탁으로 지워지지만, 경험 자체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하지 못한 공백은 나중에 채우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친구를 경쟁자로 보지 말고 협력자로 봐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입시 경쟁 구도에 익숙해지면 아이는 옆의 친구를 이겨야 할 상대로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혼자서 1등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함께 협력해서 만들어내는 성과가 훨씬 큽니다. 저는 그게 아이가 어릴 때부터 몸으로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결핍 육아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요?
A. 결핍 육아는 아이를 방치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핵심은 아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충분히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그 정서적 안전감이 확보된 상태에서, 바깥에서의 도전과 불편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꼴찌를 해도 괜찮다고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요?
A. 부모가 먼저 반응을 바꾸는 게 시작입니다. 아이가 꼴찌에서 두 번째로 자전거 경주를 마쳤을 때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어 집에 걸어둔다면, 아이는 "결과가 아니라 도전 자체가 가치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흡수합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부모의 실제 반응이 훨씬 강하게 각인됩니다.
Q. 행동력을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빠를수록 좋지만, 늦어도 괜찮습니다. 오현호 대표 본인도 대학수학능력시험 7등급을 받은 뒤 피자 배달을 하다가 스스로 변화하기로 결심하고 20년간 행동을 쌓아 인생을 바꿨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 시점이 아니라, 작은 시도를 반복하며 자기효능감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입니다.
Q. 아이에게 좋은 것들을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나요?
A. 전부 막는 게 아니라 균형의 문제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 즉 흙탕물 속에서 뒹구는 것, 처음 해보는 것에 도전하는 것, 불편한 환경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것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신발을 사줄 수는 있지만, 그 신발을 신고 진흙 속에 들어가는 경험도 허락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론
오현호 대표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저는 제가 아이 교육에서 방향을 잘못 잡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입시라는 좁은 창으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불편함을 없애주는 게 좋은 부모라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도보다 결과를 먼저 걱정하는 제 모습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제가 바꾸려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아이가 진흙탕에 빠져도 먼저 웃어주는 것, 꼴찌를 해도 박수를 치는 것, 아이의 엉뚱한 시도에 "그거 되겠냐"는 말 대신 "한번 해봐"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작은 반응들이 쌓여서 아이의 기준과 용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관심이 생기신 분들께는 오현호 대표의 책 『행동력 수업』을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